강화의 들꽃 산책 (38) 꼬리조팝나무
강화의 들꽃 산책 (38) 꼬리조팝나무
  • 신종철
  • 승인 2015.08.0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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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들꽃 산책 (38)

꼬리조팝나무

개나리처럼 한 뿌리에서 여러 줄기가 나와 무더기를 이룬 키 작은 나무를 떨기나무라고 한다. 봄에 진달래가 필 무렵 산행을 하다보면 산기슭 양지나 논밭 둑에 하얀 꽃을 뒤집어 쓴 떨기나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조팝나무라고 하는 들꽃이다. 꽃 하나의 크기는 4~5mm 정도로 작지만 잎겨드랑이마다 4~5송이씩의 꽃이 달려 나무 전체에서 꽃이 피기 때문에 나무 전체가 꽃처럼 보인다. 꽃이 피어 있는 모양이 좁쌀로 지은 밥과 비슷하다 하여 조밥나무가 조팝나무로 된 것이다. 조그맣고 새하얀 작은 꽃이 잎보다 먼저 지천으로 무리 지어 피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조로 지은 밥보다는 좁쌀을 튀겨놓은 팝콘 모양에 더 가깝다.

우리나라에는 몇 종류의 조팝나무 종류가 있는데 대부분 꽃 색이 흰색이고 꽃이 피는 시기도 봄이다. 꼬리조팝나무는 이들과는 달리 한여름에 연분홍색의 꽃을 피우는 떨기나무다. 산골짜기의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데 큰 원추형의 꽃차례를 이룬 이 꽃의 모습이 짐승의 꼬리를 닮았다 해서 꼬리조팝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고 한다. 좀 떨어져서 보면 털로 뒤덮인 털복숭이 같아 보이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긴 수술들이 꽃잎보다 길어서 튀어나와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한 여름 더위에서 꽃 색이 짙으면 더 덥게 느껴질세라 연분홍색이 알맞게 아름답다. 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가까이 다가가면 감미로운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꽃잎보다 길게 튀어나온 수술들은 여인의 속눈썹의 매력이랄까? 정말 아름다운 들꽃이다. 이 아름다움에 반해 필자는 작은 줄기 몇 개를 뿌리가 달리도록 잘라내어다가 교회에서 화분에 가꾸었는데 여름이면 도심의 교회에서 연분홍의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내주었다. 지금은 강화의 집 옆 언덕바지에서 자리를 잡고 꽃을 피우고 있다. 조팝나무와 마찬가지로 떨기나무로 무성하게 덤불을 이루기 때문에 뿌리 부분에서 한 두 가지 옆에서 떼어내어도 왕성하게 포기를 벌여나가기 때문에 자연을 훼손하지 않나 하는 염려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요즘 들꽃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들꽃을 채취하여 수난을 당하는 일이 번번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하점면에서 교동 가는 검문소 못가서 철산리로 가는 길로 언덕 너머에서 교산리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 몇 년 전 한 여름에 차를 운전하며 그곳을 지나는데 길옆 산과 이어지는 도랑 둔덕에 꼬리조팝나무가 참나리들과 어울려 10여 미터나 길게 늘어서 꽃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그 이듬해 여름 이 아이를 다시 만나러 일부러 가보았을 땐 흔적도 없었다. 아마도 길가에 난 잡풀 쯤으로 생각하고 다 베어버리지 않았나 싶다.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길 가에 자라며 꽃피우게 하는 것이 강화를 찾게 하는 강화다움이 아닐까?

이와 비슷한 꽃이 피는, 그러나 아름답기로는 꼬리조팝나무에 견줄 바가 못 되는 일본조팝나무가 있다. 길가의 화단에 무리지어 심는 일본 원산의 꽃이다. 우리나라엔 일본의 그것보다 더 아름다운 꼬리조팝나무가 있는데 왜 그런 것을 심어 가꾸는지 필자는 불만스럽다. 꼬리조팝나무가 습한 곳을 좋아하나 일반 흙에서도 잘 자라며 번식도 잘 되는데, 그리고 꽃이 진 다음 잘라 주면 다시 꽃을 피워 꽃을 볼 수 있는 기간도 길어서 좋은데 왜? 왜(倭)의 것을 심을까? 새삼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란 말을 생각하게 한다.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국화리(시리미)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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