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지
꽃다지
  • 신종철
  • 승인 2013.02.2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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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들꽃 산책 (16)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 너도 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 달래 냉이 꽃다지 모두 캐보자 / 종달이도 높이 떠 노래 부르네'

필자가 어릴 적 자주 불렀던 그래서 지금까지도 가사를 잊지 않고 있는 ‘봄맞이 가자’ 라는 동요의 가사다. 필자에겐 꽃다지란 이름만 들어도 봄이 온 듯 정감이 가는 이름이지만 강남 스타일에 빠져 있는 요즘 어린이들이 꽃다지를 알고 있을까? 젊은 엄마들에게도 꽃다지가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봄나물 하면 냉이만 떠올릴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노랫말에 있듯이 꽃다지는 냉이와 함께 봄나물 목록에 당당히 드는 나물이었다.

필자에겐 6.25 전쟁 중 1.4후퇴 때 충청북도 황간이란 곳으로 피난하였었는데 이듬해 봄에 서울에서 피난 온 아이들과 함께 아직 농사가 시작되지 않은 밭과 논둑을 찾아다니며 봄나물을 캐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 때 나물바구니를 채웠던 것이 냉이와 꽃다지였다. 이렇듯 봄나물에서 형제와 다름없던 자리를 요즘 냉이가 독차지하게 된 것은 꽃다지는 나물로 무쳐 먹으면 냉이에 비해 봄의 향취도 덜하고 식감도 덜하다보니 요즘처럼 먹을거리가 풍족한 시대에 뒷전으로 밀려나 이름마저도 잊어지는 것 같다.

가을에 씨가 떨어져 싹이 나서 자라 겨울을 나고 이듬해에 꽃을 피우고 씨를 맺는 식물을 월년초(越年草))라고 하는데 꽃다지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나는 월년초다. 가을에 씨가 발아하여 잎이 돋아나고 방석처럼 땅에 깔린 잎은 보송한 솜털을 뒤집어쓰고 추운 겨울을 나 봄이 되면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운다.

봄을 연상케 하는 색은 노란색일 것이다. ‘나리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 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개나리, 병아리가 노란색이기 때문에 봄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동요다. 꽃다지가 정감이 가는 것은 어릴 적 나물로 먹었기도 했지만 작고 앙증맞은 노란색의 꽃이 봄의 색이기 때문이다. 봄을 알리려는 성급함에서인지 남녘의 따뜻한 곳에서는 2월에 벌써 노란 꽃이 피기도 한다. 꽃다지가 서둘러 꽃을 피우는 것은 농부가 밭을 갈아엎기 전에 꽃을 피우고 씨를 맺으려는 부지런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꽃다지란 이름은 작은 꽃이 다닥다닥(닥지닥지) 붙어서 피는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순수하며 정겨운 우리 이름이다.

꽃다지는 봄의 들녘에서만 아니라 도심의 아파트 정원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봄의 들꽃임에도 꽃말이 ‘무관심’이라 하니 아마도 흔하게 볼 수 있으면서 봄을 알리는 꽃임에도 사람들이 별로 알아주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올 봄엔 겉흙이 녹기를 기다려 들에 나가 꽃다지를 캐어다가 작은 분에 모아심고 베란다에 놓아 작지만 닥지닥지 피는 노란 꽃을 피우면 누구보다 봄을 일찍 만나리라.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국화리 시리미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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